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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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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요셉 댓글 0건 조회 1,037회 작성일 2015-06-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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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합니다

김효준 신부 - 의정부교구

이야기 하나.
시골 작은 본당에 보좌 신부님이 새로 부임했다. 젊은 신부님은 당시 유행하던, ‘삐삐’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호출기를 하루 종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심지어 미사 시간에도 삐삐는 신부님의 허리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주임 신부님은 어느 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신부, 삐삐 말인데… 미사 때는 방에 놔두고 들어가는 게 어때? 미사 시간에 혹시 울리기라도 하면 자네가 얼마나 난처하겠나?” 눈치 없던 젊은 신부님은 환한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이렇게 답했다. “신부님, 괜찮습니다. 저는 미사 시간에는 항상 진동으로 해놓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주임 신부님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보좌 신부님의 미사 시간이었다. 젊은 신부님은 그날도 예외 없이 허리에 삐삐를 찬 채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성찬 제정문과 축성문을 낭독한 후 성체를 들어올리던 고요하고 엄숙한 순간,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삐삐가 강하게 울었고, 그 진동과 함께 젊은 신부님의 몸 또한 격하게 떨렸다. 미사가 끝나고 삐삐를 꺼내 확인해 보니 주임 신부님의 방 번호가 찍혀 있었다.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았던 보좌 신부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 주임 신부님이 방 안에서 장난을 쳤던 것이다. 그때부터 둘의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마음이 상한 젊은 신부님은 미사 때마다 고집스럽게 삐삐를 차고 들어갔고, 그런 보좌 신부님을 얄밉게 여긴 주임 신부님은 매번 그 시간에 삐삐를 쳤으며, 그때마다 삐삐는 젊은 신부님의 몸을 마구 흔들어 댔다.
그런데 이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성당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좌 신부님 미사 때만 되면 이 작은 성당 안이 외지에서 몰려온 신자들로 가득 차는 것이었다. 소문은 이런 것이었다. ‘○○성당에 새로 오신 보좌 신부님이 계신데, 성체 신심이 어찌나 깊던지, 거룩한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리실 때마다 바들바들 손을 떨고 몸을 떠는 모습이 참으로 경건하고 거룩하고 아름답게 보이더라.’ 사연을 알게 된 두 신부님은, 한 달간 지속된 지루하고 의미 없고 유치한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이제는 억지로라도 삐삐를 차고 미사에 들어가야 했으며, 어쩔 수 없이 수화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것이 멀리에서 찾아온 신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다.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우리 눈은 그의 속마음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제한적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거기까지 볼 수 없는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기 일쑤다. 그로 인해 사랑은 자주 오해받고 상처 입는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 둘.
어떤 젊은이가 천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둘은 가난한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심성 착한 이 부부는 자신들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부족한 가운데서도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가난한 부부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암소가 죽고 말았다. 젊은이는 천사가 암소를 다시 살려주리라 기대했지만 천사는 그대로 길을 떠났다. 며칠 후 둘은 어느 부잣집에 머물게 되었다. 집주인은 이들에게 한창 공사 중에 있던 허름한 헛간을 내주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헛간은 말끔히 수리되어 있었다. 천사가 한 일이었다.
화가 난 젊은이는 천사에게 따졌다. “가난한 부부의 암소는 죽게 내버려 두면서 어째서 이 부잣집에서는 헛간까지 고쳐주는 것입니까?” 천사가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네. 우리가 그 친절한 부부 집에 머물렀던 그날 밤, 그 집 부인을 하늘로 데려가기 위해 천사들이 왔었네. 난 그 부인이 좀 더 지상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그들에게 청했지. 그랬더니 그들은 그녀 대신 암소를 데려갔던 것이야. 그리고 부잣집에서도 사정이 있었네. 사실 헛간 지하에는 보물들이 묻혀 있었네. 일꾼들이 공사를 계속 진행했더라면 부자는 분명 그 보물을 찾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자는 더욱 교만해졌겠지. 그래서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내가 헛간 수리를 마무리 지었던 것이네.”(안트 라야 사울의『어른이 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32가지』에서. 필자 각색)

이야기 셋.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울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로마 8,22-23)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삶의 고통은 우리 눈에 강렬하고 선명한 색을 남긴다. 그 빛깔에 물든 우리의 눈은 더 이상 다른 색깔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예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4-25) 하느님은 우리의 탄식을 거두어 주실 것이다. 고통에 물든 우리의 눈을 씻겨 주실 것이다. 모든 것을 환히 밝혀 주실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분명 그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것을 지금 당장 우리의 눈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랑을 희망하는 우리는 그것을 기다릴 수 있다. 사랑하는 우리는 기다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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